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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cling tour./Chiba(10.04.30)

치바대장정 Season2 골든위크 스페셜~ 셋째날-2 (10.05.02)

치바대장정 Season2 골든위크 스페셜~ 셋째날-2 (10.05.02)


카모카와 유료도로를 지나 24번 도로로 진입하니 내리막길이 시작됬다.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내려가다 보니 꽤나 경치가 좋았다.



무아지경으로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마을이 나왔다.



철도길이 나오니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저번 여행때 철도길 옆 철조구조물 밑에서 텐트를 치고 

추위에 떨며 잠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열차가 지나갈때 마다 바람이 엄청 불어 텐트 뼈대가 갈라지는 불상사도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쿠루리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일본풍의 노래가 마을 전체에서 흘러나왔다.


화려하지는 않은 마을이었지만 상점에는 각종 특산물을 팔았고 눈을 사로잡는 구조물들이 있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이 잘못된걸까 마을은 굉장이 작아 보였다

엇하는 순간 마을을 빠져나왔고 넓은 평야가 나타났다.  

우리는 어느 신사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관리가 잘 안되보이던 신사였다

하지만 그 규모는 굉장했다. 계단을 조금올라가보니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이 몇체 보였다

그리고 더욱 깊숙히 들어가보니 고분으로 추정되는 지형물이 보였다. 유적지였다. 높은 나무들이 줄을 서있었고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어느 신사에나 가면 볼수있는 테미즈야


원래 손을 씻고 입을 행구는 용도지만

메이지 진궁 앞에서 이 물을 바가지째로 떠마시는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종의 의식이라고 하는데 그다지 깨끗해 보이는 물은 아니다.



우리 외에는 단 한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더욱 스산하게 느껴졌다.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녹음이 우거진 곳이 나타났다.

 녹음에 취한 우리들은 잠시동안 자리에 멍하니 앉아 폐 가득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 마셨다.



 신사를 빠져나온 우리는 신사앞 뜰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카모카와 자유도로 정상에 잇던 편의점에서 보충한 식재료들은 

그동안 먹었던 고등어 통조림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양질의 식사를 마친 우리는 평소보다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게 됬다.

 왼쪽길은 평지인 대신 쭉 돌아가는 코스였다. 오른쪽길은 산등성을 타고 가는 대신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코스였다

왼쪽길은 저번여행때 나 혼자 한번 다녀간 코스로 허허벌판이여서 그런지 맞바람이 거세 속력이 잘 안나오던 구간이였다. 

우리는 고민끝에 가로지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나는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은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업힐을 올랐다

내 친구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삼거리에서 만나자 라고 약속을 했지만 우린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정상에 다다르자 친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사진이 될줄 이야..


도대체 얼마나 빨리 달렸으면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였을까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러다 급커브길에서 친구녀석이 쓰러져 있는걸 발견했다.

사태파악이 안된 나는 양 볼에 비웃음을 잔뜩 머금고 그녀석에게 다가갔다.

빨리가려하더니 결국에는 자빠링이냐’ 


하지만 친구녀석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녀석은 머리와 손에서 피를 한바가지 흘리고 있었다

옆에는 어떤 오토바이족 한분이 경찰차와 구급차를 부르며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내가 친구녀석에게 말을 걸자 여기가 어디지? 내가 누구더라라며 불분명한 발음으로 대답을 했다

보통일이 아니구나’ 라고 깨닳으자 마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목격자에게 어떻게 된건지 상황을 물어보았다.

급커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갔다고 말했다.

사람이 그렇게 날라가는건 처음봤다고 했다.

미끄러진 도로 보니 모래가 가득했다. 조심히 내려와도 미끄러질 수도 있는 상태였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하고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그대로 구급차에 실렸고 관계자가 나에게 병원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구급차는 서서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경찰차에 친구의 자전거를 싣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나는 필요한 서류들을 작성했다.

경찰분들이 그나마 독립사고여서 별다른건 없고 치료만 하면 된다고 했다.


수습을 마치고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미친듯이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빠르게 달려본적도 없는것 같다.

온갓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찼다.


병원에 도착하자 해가 떨어졌다.

연락을 받은 선배들이 이미 와 계셨고 나는 사고경위를 설명드려야 했다.


잠시동안의 기다림 끝에 친구를 볼 수 있었다.

손과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미안함에 주져앉아 울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같이 여행가자고만 안했어도..'

'내가 조금만 더 신경썼어도..'

'이런일은 없었을 텐데'


이렇게 이번 여행은 끝을 맺고 말았다.


비극으로 끝난 여행이었지만,

다시금 이런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 여행기를 써보았다.


게으름 탓에, 모자란 작문력 탓에 완성까지 꽤나 오랜시간이 지나버렸다.

하지만 나에겐 절대 잊혀져선 안될 여행이다. 


끝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목격자와 경찰분들, 선배들에게 다시금 감사의 말을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