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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cling tour./국토종주(10.08.31)

[국토종주] 서울에서 해남까지 넷째 날-1 (10.09.03)

[국토종주] 서울에서 해남까지 넷째 날-1 (10.09.03)


공주-부여 금강 그리고 악마의 탱자씨



넷째 날 이동 경로

공주에서 금강을 따라 쭉 부여로 내려갔다.

이 날은 30km 정도 밖에 달리지 못했다.





강가에서 맞이한 아침이라 그런지 서늘한 공기가 온 몸을 감쌌다

아침운동 하시는 분들의 기척에 눈이 떠졌다

탱탱 부은 얼굴을 하고 텐트 밖으로 나가 보니 안개가 자욱이 껴있었다

어제 험난한 여정을 한 탓인지 좀처럼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웠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달리기 전에 윤활유도 뿌려 주고 공기도 넣어주고

 


아침 안개속 공산성은 어젯 밤 모습과 사뭇 달라보였다.




공주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금강쪽으로 빠져나오는데 마침 자전거 가게가 보이길래 

어제 펑크 난 튜브의 수리를 부탁했다.


날씨도 흐린 편이었고 쌀쌀하다고 느꼈기에 오늘은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크나 큰 오산이었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가 금방 맑아졌다.

우리는 금강을 따라 651번 도로를 타고 부여로 쭉 내려가기로 했다

강가라 편안한 라이딩이 되리라 기대했었지만 그것 역시 오산이었다.



651번 도로를 타자마자 지면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도로가 울퉁불퉁 한데다가 온갖 비산물들이 흩어져 있었다

트럭들이 많이 지나 다니는 길이라 그런지 정체 불명의 쇠붙이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펑크가 날까 조마조마하면서 페달을 밟았지만 멀리도 못 가 내 자전거가 펑크가 나 버렸다.

그늘도 없고 바로 펑크를 때울 자신도 없던 터라 스페어 튜브로 갈아 끼운 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날도 좋고 풍경도 좋고 딱히 업힐도 없었지만

노면 상태는 이번 여행중에 가장 안좋았다.



하지만 그러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펑크가 나버렸다.

때마침 노변에 매점이 있던 터라 이번에는 한숨 돌릴 겸 짐을 풀고

 펑크가 난 곳을 찾아내 수리했다

타이어 안쪽을 훑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날카로운 철심이 박혀있었다.


스페어까지 총 3개의 튜브가 펑크가 났었다

짐을 푼 김에 모두 수리했지만 부여까지 가는 도중에 또다시 펑크가 났다

30km의 짧은 경로에서 내 자전거의 타이어는 남아나질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여에 도착했다




가뜩이나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을 계속 달리다 보니 

몸 전체가 익어버릴 듯이 열을 받았다

팔 전체는 심하게 붉고 가려워졌다

잠시나마 구름이 우릴 가려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여행이다 보니 날이 맑아 기분은 좋았다

날도 좋고 옆에는 금강을 끼고 있어서 풍경도 좋고


가끔씩 그 놈의 사대강 사업 때문에 벌여놓은 공사판이 눈에 거슬리긴 했다

그대로 놔 두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데.. 

차라리 공사가 덜 진행 중이던 이 때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부여에서는 백제의 옛 수도답게 도시 전체에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백제전이라고 하는 축제도 준비하는 듯 했는데 군데 군데 축제준비로 바빠 보였다

부여군청 앞에서 한숨을 돌리고 밥을 먹으러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와중 또다시 내 자전거가 펑크가 나고 말았다.

이제는 수리할 의욕조차 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질질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오리보신탕이라고 하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는데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굉장히 맛이 있었다.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밥을 비벼 먹으니 든든했다.


밥을 먹고 나니 이젠 자전거를 탈 의욕조차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동네에 있던 자전거 가게에 수리를 부탁했다


아저씨 한 분이 하시던 가게였는데,

우리는 튜브 3개가 수리되는 동안 아저씨의별의 별 신세한탄을 다 들어주어야 했다

어디서 왔느냐 부터, 세상 살기 힘들다느니 정치인들이 부패했다느니

젊은 것들이 앞으로 잘 해야 하느니,

이해는 갔지만 그 때의 내 정신 상태로는 전부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적당히 맞장구 치면서 흘려 들었다.


그러곤 타이어 안쪽을 훑더니 무언가를 여러 개 뽑아냈다

그러곤 나를 타박하시면서 탱자씨를 많이도 밟고 다녔다고 말씀하셨다

내 자전거 뒷바퀴에만 신기하게도 날카로운 탱자씨가 박혀있던 것이었다

그것이 내 자전거가 펑크가난 주된 원인이었다

덕분에 튜브는 너덜너덜 해졌고 어쩔 수 없이 여분의 튜브를 구입했다.


수리를 하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해도 지고 있겠다 이대로 다음 목적지까지 갈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근처에서 짐을 풀기로 하였다

자전거 가게 아저씨에게 여쭈어 보니 근처 공원을 알려주셨다. 



공원에 도착해보니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고 

수학여행을 하는 걸로 보이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그 인파를 뚫고 우리는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공중 화장실 바로 앞에 텐트를 쳤는데 씻고 빨래를 하긴 제격이었으나 

아무래도 여름이었던 지라 냄새가 많이 났다.


하지만 피곤에 쩌든 우리들에게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았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