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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cling tour./국토종주(10.08.31)

[국토종주] 서울에서 해남까지 여덟번째 날-1 (10.09.07)

[국토종주] 서울에서 해남까지 여덟번째 날-1 (10.09.07)


무안-목포-해남




전날 좀비와 같은 라이딩을 하고 나서인지 그 동안 무리했던 것이 온몸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

전날보단 나아졌지만 그래도 썩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숙소 근처 약국에서 해열제와 박카스를 먹었더니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 들었다


비도 그쳤겠다어제 못 달린 만큼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무안을 단숨에 빠져 나와 1번 국도를 타고 목포로 향했다.


 

국도를 따라 달리니 금새 목포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목포는 분명 큰 도시일 터인데 보이는 것은 큰 도로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언덕 하나를 넘어야 목포 중심지가 나왔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그 언덕을 넘기로 했지만 사실 그건 언덕이 아니라 산에 가까웠다.

 정말로 시내로 향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의 산길이 계속되었고 

가끔씩 힘겹게 오다니는 차들을 따라 언덕을 올랐다


다 오르고 나니 목포 시내와 함께 드넓은 바다가 눈에 펼쳐졌다

마침 날씨도 좋아졌었고 힘들게 오른 것이다 보니 기분이 매우 상쾌했었다



갈길이 바쁘기에 바로 목포를 빠져나와 큰 방조제길을 따라

영암에 진입했다.






세명의 자전거가 나란히


.

중간 중간 비가 내리긴 했지만 미리 구비해둔 초코과자의 힘으로(?) 빗속을 뚫고 달렸다

하지만 내가 한번 탈이 나서 페이스는 조심스럽게 유지했다

중간중간 보고 즐길 것이 있으면 자전거에 내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과자 한점 할래?



오솔길을 따라 조금 가다 보니 드디어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해남군에 도착했다

하지만 지도를 보니 경계를 넘어서도 한참 달려야 했었다.


다시 큰길로 들어서서 달리던 중 우리 앞에 홀로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가시는 분과 만나게 되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우리와 같이 자전거 여행을 하시는 분이었다

힘겹게 페달을 밟고는 계셨는데 뒤에서 슬쩍 보니 뒷바퀴가 펑크나 있었다

그냥 지나치기 그래서 가볍게 말을 걸어 보았다. 우리와 같이 땅끝마을을 향하고 계시고 있었다

가족분들과 같이 하는 여행인데, 이미 차로 가족분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있고 자기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고 계시다고 하셨다. 뒷바퀴에 펑크가 난 사실을 알려드리니 어쩐지 자전거가 잘 안나가더라 라고 허탈하게 웃으셨다.


비앙키 MTB였던걸로 기억하는데 타이어 폭이 두꺼워서 펑크가 난 사실을 알아 차리기 힘드셨을 듯 했다

새들백에 스페어 튜브를 가지고는 계셨는데 펑크가 처음이신지 공구도 없으시고 난처해하셨다

어쩌다 보니 펑크수리의 달인이 되어 버린 우리가 튜브를 바꾸고 공기도 넣어 드렸다.


그랬더니 같이 해남 시내까지 가자며 고맙다고 밥 한끼를 사주신다고 하셨다!

자그마한 친절을 베풀었을 뿐인데 무려 밥이라니

거의 노숙자와 다름없었던 우리들은 냉큼 그분을 따라 해남 시내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한 시간대가 오후3시쯤이었는데 그 시간에 영업을 하는 가게가 거의 없었다.

이 동네는 신기하게도 딱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두 타임만 영업하는 가게가 많았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무려 고깃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가 얼마나 잘 먹는지도 모르시면서….


배고픔에 굶주려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른 앞이다 보니 자제를 하려곤 했었겠지만 

진짜로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자리에 앉아서 정식으로 소개를 받았는데 춘천에서 강력계에 일하시는 경찰이시라고…, 

그걸 듣는 순간 죄진 것도 없으면서 괜히 움츠러들었다. 명함도 받고 곤란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강력계이셨는데..)


사모님도 가게에 도착하셔서 인사를 나누고, 어찌 보면 이런 신기한 인연에 즐거워하며 식사를 했다

소주도 두어병 정도 받아 마셨다


사실 사모님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걸 굉장히 못마땅해 하셨는데 

우리를 보시더니 더한 사람들도 있다며 혀를 내두르셨다

긴 가족 여행인데 남편 홀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 어디 있겠나.


그렇게 즐겁게 밥을 얻어 먹고 서로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빌며 헤어졌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났지만 이렇게 작은 친절로 크게 덕을 보는 경우도 있구나 싶었다

기분 좋게 취한 우리들은 이대로 땅끝마을까지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영광에서 내가 술 두어잔 마시고 앓아 누운 것도 있고 해서 조금은 이르지만 짐을 풀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