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ycling tour./국토종주(10.08.31)

[국토종주] 서울에서 해남까지 아홉번째 날-1 (10.09.08)

[국토종주] 서울에서 해남까지 아홉번째 날-1 (10.09.08)


-갈등-



해남-강진

우리의 여행은 사실 해남까지가 아니라 강진 노력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까지 일주한 뒤 

페리를 타고 인천을 통해 들어오는 것 까지었다. 


목포에서 배를 탈까, 부산까지 가서 배를 탈까도 생각 했었는데

 부산까지 가는 건 일정이 너무 길어지고 그래도 해남까지 가고 싶었던 지라 강진까지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우리는 습관처럼 해남에 있는 관공서로 향해 증거사진을 남겼다.




해남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강진에 들어섰다.




날이 흐렸지만 그래도 남도의 풍경은 굉장했다. 

중간중간 괜찮은 곳에서 내려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했다.



상당히 인상깊었던 청자. 우와 소리가 나올만큼 눈에 확들어왔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식으로 자연을 깍아내 만든 것을 보면 영 마음이 편치는 않다.


지도를 펴고 노력항의 위치를 보니 상당히 귀찮다고 해야 되나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경로를 따라 가야 했다.

 해안선을 따라 이리 저리 굽이진 길을 달려야만 했다. 길도 폭이 좁아서 조금 위험한 일정이 되었다. 

솔직히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이어서 그렇게 언덕이 많이 나오지는 않겠지 라고 낙관했었지만 

실제로 달리다 보니 이건 뭐 업다운의 절정이었다. 


바닷바람도 맞으면서 달리다 보니 금새 지치고 힘들었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란 생각에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생각보다 고도가 높은 곳 까지 올라야 했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친구의 이름이 '대도' 이었기에 

이걸 보자마자 나머지 둘은 폭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곤 큰 다리를 건너 노력항이 있는 섬에 도착했다. 

근데 노력항에 가려면 섬을 따라 쭉 한바퀴 크게 돌아야 했었다. 

코 앞인 듯 하면서도 아무리 가도 노력항은 나오지 않았다. 

정신 없이 페달을 밟다 보니 어찌어찌 항구 같은 곳이 나왔다. 




그런데 대합실에 가보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직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점심도 때울 겸 대합실에 붙어있는 국밥집에 들어가서 여쭈어 보니 


여기는 하루에 배 한대만 다닌다며 딱 한 시간 전에 배가 이미 출발했다고 하셨다. 

무언가 굉장히 허탈했다. 


금방 제주도에 갈 줄 알았더니 배는 이미 떠난 상태였다.



일단 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 

친구 중 한 명은 오다가 버스터미널을 봤다며 지금 출발하면 막차라도 탈 수 있지 않겠냐 했지만,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제주도에 가는 걸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나와 친구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생겼고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나는 여기서 하루를 보낸 다음 다음날 제주도로 가기로 하였고 친구 둘은 버스를 타기 위해 떠나버렸다. 

여태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즐거운 여행길이겠구나 했지만 이 일로 인해서 서로 조금씩 감정이 상하게 되었다. 

제주도까지 가기로 한 나도 갑자기 혼자가 되니 마음이 영 편하지 않았다. 




 석양이 지는 바다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은, 아니 많이 쓸쓸해졌다.

해가 점점 지고 내가 몇 시간째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배를 놓쳐 여기서 하룻밤 보내도 되겠느냐 묻자 화들짝 놀라며 여긴 바닷가라 큰일난다고 

나를 끌고 아까 그 국밥집 아저씨께 가서 여기서라도 하루 보내라고 했다


텐트도 있고 침낭도 있어서 괜찮다고 극구 만류했지만 되려 직원들을 몇 명 더 부르더니 

기어코 나를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감사하기도 했지만 많이 부담스러웠다


국밥집 아저씨와 다른 직원분들과 여행에 대해서 몇마디 나누었다.

갑자기 혼자가 되어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다

어찌되었든 이슬을 피해 공짜로 잘 곳을 제공 받은 것에 대해선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다소 마음 편치 않게 그렇게 난 잠들었다.




다음에 계속